[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운동선수에게는 각자 잘하는 종목이 있다. 단거리에 특화된 선수는 단거리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장거리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선수에게는 장거리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이따금 장거리와 단거리를 모두 잘하는 선수들도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이며 신이 주는 선물을 받은 선수의 특별한 능력이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특히 수영 종목에서는 단거리와 장거리의 편차는 매우 심하다. 물을 가르며 헤엄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오픈워터의 경우에는 바다에서 하기 때문에 물이 잔잔한 인도어에서 하는 단거리 종목과는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장거리 선수도 쉽게 완주하기 힘든 종목이 바로 오픈워터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수영 국가대표가 있다. 지난 2015년 전국체전 5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단거리 스프린터로 활약하다 '수영 마라톤' 이라고 불리우는 10km 오픈워터 부문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된 임다연이다.

임다연은 사실 학창시절부터 단거리 종목을 위주로 경기를 뛴 스프린터다. 임다연의 주 종목은 자유형 50m와 100m, 10km를 수영해야하는 오픈워터와는 완전히 상극이다. 하지만 임다연은 생애 처음으로 뛴 10km 오픈워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시간 00분 29초로 2위를 차지, 상위 2위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 티켓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육상으로 따지자면 100m 달리기 선수가 마라톤에서 국가대표를 따낸 것과 같은 결과를 낸 것이었다.

특히 앞서 열린 수구 대표팀 선발전에서 당당히 합격해 국가대표로 선발되었지만, 오픈워터의 꿈을 위해 수구 국가대표를 내려놓고 불확실한 미래에서 거둔 성적이었기에 임다연의 이번 국가대표 발탁은 어느 때보다 값지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임다연은 오는 7월 12일부터 펼쳐지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을 위해 결전지인 여수로 내려와 막바지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국가대표, 임다연은 이번 대회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단거리 스프린터에서 수구 선수로, 그리고 수영 마라톤인 오픈워터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임다연의 값지고 찬란했던 순간들을 스포츠아시아와 함께 되짚어 보았다.



국가대표가 된 것을 축하한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23일에 선수촌에 합류해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요즘은 계속 실내수영장에서 장거리 훈련을 하고 있다. 원래 스프린트 선수였기 때문에 짧은 거리를 강하게 하는 연습을 주로 했는데 지금은 긴 거리를 휴식시간 없이 일정한 속도로 역영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틈틈이 하고 있다.

주로 어떤 훈련들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단거리 같은 경우에는 순간 스피드이기 때문에 근육을 많이 키워야 하는데 이번 오픈워터 같은 경우에는 근육을 늘리는 것 보다는 체력을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서 수영 훈련량을 늘리고 있다.

오픈워터를 하는 데 있어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약 2시간가량 수영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바다에서 하다 보니 매순간 경기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해파리가 쏴도 참아내고 수영을 해야 한다.(웃음)

여수에 도착을 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
아직 경기장인 바다에 들어가진 않았다. 여수는 파도가 세다고 들었다. 선발전이 열렸던 통영은 잔잔했는데, 여수는 유속이 빠르고 물이 뱅글뱅글 돌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실격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일단 부표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실격이기 때문에 계속 시야확보를 하며 가야한다. 경로를 벗어나면 다시 되돌아 가야하기 때문에 실제로 선수들은 10km보다 더 많은 수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 스프린터에서 수구, 그리고 오픈워터로

오픈워터를 준비하기 전에 수구 대표팀도 준비를 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수구 같은 경우에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남자 수구 선수들이 있었다. 드리블을 할 때 머리를 들고 수영을 해야 하는데 단거리 선수이다 보니 드리블 속도가 빨랐다. 그걸 본 수구 감독님이 여자 수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탄했을 정도였다.(웃음) 그러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여자 수구 대표팀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선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대표팀 선발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 수구를 하는데 있어 필수인 경영을 비롯해서 드리블이나 패스, 슛 등 수구 기술 모두 시험을 봤는데 정확한 기준이 다 있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서 성적이 매겨졌고 부정선발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선수들에게 선발전이 끝난 후 바로 점수 공개를 했다. 투명한 선발을 위해 사전에 대한수영연맹에서 선발기준과 규정에 대해 공지를 하고 진행했다. 

선발전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 되었던 것이 있었다면?
아무래도 수구 기술이다. 에그비터, 드리블, 패스, 슛과 같은 수구 기술의 비중이 80%였다. 그리고 수구는 8분씩 4쿼터를 떠있어야 하며, 동시에 수영을 하며 몸싸움을 해야 하는 특성상 기초체력이 중요하다.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 자유형400m, 50m와 개인혼영 200m를 기준으로 수영기록을 쟀다. 단 비중은 수구 기술보다 낮은 60%였다.  

어떤 훈련이 제일 재미있었나
패스 훈련이 재미있었다. 처음엔 공이 미끄러워서 잘 안 잡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에 잡히는 느낌이 정말 좋았다. 

근데 수구 국가대표팀을 내려놓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수구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공을 다루는 것이 재미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일정을 보니 수구와 오픈워터의 경기날짜가 겹치고, 두 종목 모두 욕심내는 것은 팀 스포츠인 수구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내려놓게 되었다. 

어렵게 얻은 국가대표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사실 국가대표가 되자마자 포기하려니 기분이 좀 이상했다. 국가대표 자퇴서를 낸 시기가 오픈워터 선발전 전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오픈워터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에 정말 억울할 것 같았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잘 되어서 다행이다.


■ 수구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나선 오픈워터, 배수의 진이었다

단거리 선수에서 오픈워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픈워터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바다로 전지훈련을 가게 되면서 그때부터 바다수영을 겁 없이 했던 것 같다. 그때도 3km 정도를 했는데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흥미를 느꼈다. 

그래도 20년 넘게 단거리를 했었는데 주위의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주 종목이 50m, 100m이다보니 현장에 계신 관계자분들 모두 내가 장거리에 약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고, 중도포기 할 것이라 예상을 했다. 심지어 코치님조차 선발전 당일까지 정말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며 걱정을 했다. 

선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남자 여자 합쳐서 스물 네 명이 출전했다. 오픈워터 선발전은 완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참가자만 출전시켜야 한다는 FINA의 규정이 있어 참가자가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들 중 2-3명은 중도포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픈워터는 어떻게 출발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선발전에서는 모든 남자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10분 뒤 여자 선수들이 모두 출발했다. 다이빙(스타트)로 출발을 했지만, 경기장 상황에 따라 다이빙(스타트)없이 물속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한 첫 오픈워터 국가대표 선발전이지만, 심판진들도 FINA에서 교육을 받고 왔기 때문에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다. 

그러면 10km를 지정해놓고 그 지점까지 헤엄치는 것인가 아니면 트랙 같은 것이 있나
부표 바깥쪽으로 한 바퀴 돌게 되는데 그 한 바퀴가 1.66km다. 6바퀴를 돈 후 따로 설치되어 있는 터치패드를 찍어야 한다. 그 터치패드를 찍으면 딱 10km가 된다.

선발전까지 어떻게 훈련했는지 궁금하다
선발전까지는 실제 바다 훈련을 할 수는 없어서 실내 수영장에서 스트레이트로 5000m 훈련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 예선전이 처음 10000m를 온전히 수영한 첫 번째 경험이다.(웃음)

정말 대단하다 처음 하는 오픈워터라 떨렸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멘탈을 다잡을 수 있었나
일단 첫 바퀴를 돌때 정말 추웠다. 너무 춥다보니 맥박이 빠르게 뛰었고 그래서 첫 바퀴가 제일 힘들었다. 다행히 두 바퀴를 지나면서 마음이 편해졌고, 세 바퀴 넘어서면서는 재미있어지더니 네 바퀴 째에는 한계가 왔다. 그래도 참고 참으면서 여섯 바퀴를 버텼다.

트랙을 돌 때마다 스스로도 신기했을 것 같다
처음에는 긴장을 해서 물만 보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가는 새도 보이고 옆에 따라가는 안전선도 보고 그러다가 물도 먹고(웃음) 그렇게 수영했던 것 같다.

초반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첫 바퀴 때 보이지 않던 풍경이 두 번째 바퀴 때 보이다보니 내가 길을 잘못 든 것인가 생각할 정도로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그래서 집중을 더 했던 것 같다. 

부모님도 딸의 완주에 대해서 노심초사 하셨을 것 같다
부모님이 통영까지 오셨는데 워낙 관중석이 멀다보니 선수들이 점으로 보였다고 말씀하셨다. 수영복도 똑같아 누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도포기 하는 선수들이 나오니까 내가 중도포기를 했다고 생각을 하셨다고 하더라. 그때마다 안내방송을 듣고 안도하셨다고 한다.

바다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우선 팔을 돌리다 보면 무언가 팔에 감기는 느낌이 든다. 과연 해파리인지 미역인지 분간이 안 간다. 그리고 시야확보를 위해 고개를 내밀었는데 파도가 쳐서 물도 꽤나 먹었다. 게다가 바닷물이라 소금기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입안이 얼얼해지더라.

그래도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를 했는데
생각보다 페이스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전반과 후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았다. 기록을 보고 장거리 선수들과 연습을 더 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마라톤은 페이스메이커가 있는데 수영은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더 힘들 것 같다
내가 페이스를 완벽하게 잡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들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초반에 무리하지 않고 차근차근히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따라갔다. 그런데 이번에 경험해보니 앞 선수와 조금이라도 간격이 벌어지면 보이질 않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어렵다. 다른 선수를 의식하기 보다는 연습을 통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바닷속이 잘 보이지 않는데 힘들진 않았나
원래 통영 한산도 바닷물이 맑은 편인데 선발전 전 날에 비가 와서 굉장히 탁했다. 근데 그 덕분에 해파리가 안보여서 나에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오래 수영을 하다보니 근육경련과 싸움도 있었을 것 같다
대회 내내 자유형을 계속해서 하다가 급수대에서 잠시 멈췄을 때 쥐가 났다. 급수대의 부표를 잡으면 실격이기 때문에 잡을 수도 없고 그대로 쥐가 풀릴 때까지 수영을 했다.

팔로 쥐가 풀릴 때까지?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원래 단거리는 킥이 중점이고 장거리는 풀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킥이 약하고 풀이 강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했었던 것 같다.

급수대는 보통 몇 군데가 있나 
급수대가 두 개가 있었는데 한 곳은 완전히 멀리 있었고, 다른 한 곳은 결승점으로 가는 길에 있었다. 그래서 다들 두번째 급수대로 가버리는 바람에 처음 급수대는 치워버렸다.

급수대에서 물은 얼마나 마셨나
급수대를 두 번 들렀다. 나름 적게 들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위 한 선수는 원스톱만 했다고 하더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바닷물은 수도 없이 마셨다.(웃음)

마지막 피니시라인을 터치 했을 때의 마음을 알고 싶다
터치패드가 좀 높이 있다. 상체를 올려서 찍어야 하는데 힘이 없다보니 터치패드 제일 끝 부분을 간신히 쳤다. 사람들이 열심히 사진을 찍더라(웃음) 해맑게 웃으면서 찍었는데 힘들지도 않냐고 물어보더라(웃음)

그러면 이번 대회도 똑같이 1.66km로 뛰게 되는지
바다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 10km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2.5km가 되는지 1.66km가 되는지 경기장을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대회의 목표가 있다면?
1차적으로는 세계선수권을 잘 치르는 것이 목표다. 본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면 좋을 것 같고, 세계선수권이 끝나면 다시 스프린터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때도 정신 차리고 해야 할 것 같다. 

구체적인 목표를 더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기록을 선발전 때보다는 잘 내서 10등까지 주어지는 도쿄올림픽 자동출전권을 따고 싶다.

■ 국가대표 임다연을 만들어 준 은인

국가대표가 되고 난 후 여러 사람들이 머릿 속에 스쳐지나갔을 것 같다
내가 여러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끌어주고 도와준 코치님과 교수님이 없었다면 아마 아무것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감사드리는 두 분이다.

아무래도 지금의 임다연을 만들어준 분이기에 더욱 각별할 것 같다
국가대표가 된 후에 부모님 다음으로 생각난 사람도 교수님과 코치님이었고, 나만큼이나 더 좋아해주셔서 정말 더 기뻤던 것 같다.



이제 그분들에게 보답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대회가 끝나면 교수님의 지도 아래 프로젝트를 잘 진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와 겸해서 스프린터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 코치님과 함께 훈련에도 매진할 예정이다.

세계선수권과 더불어 올해 전국체전이 임다연 선수에겐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100회 전국체전인데다가 서울에서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할 것이기에 나도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 

12번째 전국체전에 나서는 소감은?
벌써 12번째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100회 체전까지 채우고 은퇴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28이란 나이가 선수로서는 어린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졌는데 꾸준히 하다보니 100회가 되었다. 이제는 노장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매 대회를 마지막 대회라고 생각하고 잘 마무리하고 싶다.

국가대표가 된 만큼 전국체전에 대한 자신감도 올라왔을 것 같다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아 코치님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연말 망년회에서 코치님과 함께 한 자리에서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는데 올해는 코치님도 나도 웃을 수 있는 체전이 되면 좋겠다.(웃음)

이제 세계선수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팬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 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약 2주가량 남았는데, 아직 잘 모르시는 분도 있고, 간혹 부정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참가하는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피땀흘리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 선수들도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국제 대회인만큼 연습한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 

사진=임다연 선수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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